볼펜이 대중화 되기 전, 나름 만년필의 황금시대라는 4-50년대를 호령했던 메이커가 파카와 쉐퍼다.
파카51은 만년필로는 가장 많은 수익을 낸 모델이고,
파카45도 나름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파카 51은 후디드 닙을 채용함으로써, 잉크마름에 강하고, 부드러운 필기감과 편리한 잉크충전 방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파카를 따라잡기 위해서 쉐퍼는, 트라이엄프닙이라는 다소 마초스러운 닙 라인업을 만들게 된다.
"니들이 베럴로 피드를 가린다면, 우리는 닙으로 피드를 가린다!"
라는 생각이다.
파카51이 잉크마름에 강한 이유는, 잉크를 머금는 부위인 피드를 베럴로 감춰버림으로써,
표면에 접촉하는 부분을 줄여 잉크마름에 강하게 한 것인데,
그것을 쉐퍼는 '닙'으로 피드를 가릴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쉐퍼 만년필에는 필연적으로 금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으며,
피드를 원통형닙으로 가려버렸기 때문에, 그 닙 싸이즈도 장난이 아니다.
그게 죄다 금으로 만든 것이니... 혹자는 트라이엄프 닙을 녹이면 실반지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대략 금 함유량이 파카의 세배정도 된다고 한다.
요즘은 찾아볼 수 없는 트라이엄프닙이지만, 지금 보면 참 닙이 이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쉐퍼는 잉크충전 방식에도 여러가지 시도를 했는데, 대표적으로 스노클이나, 터치다운 방식 등이 있다.
손에 잉크가 묻지 않는 충전방식! 얼마나 매력적인지.
물론 어려운 생상공정과, 복잡한 구조로 인한 고장으로 인해 결국 이러한 방식들은 사용되지 않지만,
내 손에 들어온 이 녀석은 전혀 문제없이 잉크를 머금어주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빈티지의 매력은 그런게 아닐까 싶다.
다양한 방식들과 시도들, 현대에 정형화 된 펜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들이 있다.
닙으로 피드를 가려버린다니, 안보이는 닙 부분에 구멍을 뚫어서 원가 절감을 시도하는 메이커도 있는 현대에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도다.
내 손에 들어올 때 까지 몇명의 손을 거쳐왔을까.
그리고 어떤 글들을 써 왔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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