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예찬

  어느날 티비를 켜 보니, 어떤 부자가 자신의 성공담이라면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자신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거만하게 부푼 배를 들고 나온 그 남자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거부감부터 느껴졌다. 내용인 즉슨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라. 잠을 줄여라.” 같은 뻔한 말 뿐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저렇게 바쁘게 살아가면서 돈을 버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일일까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단순히 살기위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 보이기까지 했다. 아까 그 남자에게서 느껴지던 그 거부감은, 아마도 동정심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인간은 게을러야한다! 이것이 내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유일한 말이다. 사람은 게을러야 한다. 게으름은 우리에게 아주 많은 것들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우선 사람은 게으른 만큼 여유시간을 갖게 된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게임을 하건, 이렇게 노트북을 잡고 글을 쓰고 있건 그 시간을 어떻게 즐기냐에 따라 인생은 얼마든지 윤택해 질 수 있다. 즐기는 것이야 말로 인생이지, 돈 몇백만원 더 벌겠다고 아둥바둥 거리며 5시에 출근하고 12시나 되서야 집에 들어와서 잠드는 인생을 과연 인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또 사람이 게을러지면 얼마든지 알찬 소비를 할 수 있다. 모순된다고 말 할 지도 모르겠으나, 한달에 500만원을 써야하는 생활구조로 살아간다면 그 돈을 벌기 위해서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에 몰두해야 하는가. 아마도 하루의 대부분은 일을 하는데 시간을 쓰고, 자신의 시간이라고 해 봤자 잠자기 전 2시간 정도밖에 안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루종일 일만하고 모은 돈을 쓸 시간이 그들에게 과연 있을까? 반면에 한달에 100만원만 써야하는 생활구조로 살아간다면, 아주 적당히 조금만 일을 하고 나머지 남는 시간에는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이나 음식을 구매할 수 있다. 비싼 물건이라면 두어달 돈을 조금씩이라도 모아서 사면 그 뿐이다. 게으른 사람은 바쁜 사람과는 달리 얼마든지 자신이 산 물건을 만끽할 시간이 넘쳐난다. 물건을 사 놓고도 제대로 쓸 시간이 없는 바쁜 사람보다, 사는데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그 물건을 이용할 여유시간이 많은 게으른 사람들이 훨씬 더 경제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다.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자신의 생활구조를 조금만 바꾼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게으른 상태에서 만족할만한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무려 게으른 것은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너무 빨리빨리에 익숙해 져 있다. 세상도 빨리빨리, 기술의 발전도 빨리빨리. 이런 발전은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로 환경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다. 점점 심해지는 환경파괴, 숨막히는 대기오염… 이런 것들은 거의 대부분이 바쁜 사람들의 책임이다. 반면에 우리 게으른 사람은 어떠한가. 딱히 빠른 기술의 발전도 바라지 않는다. 있으면 사용할 뿐, 없어도 별 상관이 없다. 즉, 자연에게 해가 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게을러지면, 더이상의 환경오염은 없을 것 이라고 장담한다.

  게을러지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바쁜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돌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하루종일 일만하고 집에와서 자는 것이 일상인데, 주말만큼은 쉬겠다면서 운동같은 것은 거들 떠 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게으른 사람은 어떠한가. 이 많은 시간동안 얼마든지 운동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그렇게 운동을 하더라도, 잘 시간이 아주 충분히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피곤 할 이유도, 운동을 그만 둘 이유가 전혀 없다. 무려 게으름이 사람의 건강마저 챙겨주는 것이다.

  게을러지자. 조금만 포기한다면 얼마든지 사람은 게을러 질 수 있다. 윤택한 생활을 살아갈 수 있다. 정말 인간다운 삶은 게으른 삶이라는 것을, 아마 모두가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조금만 더 일하면 나중에 편히 살 수 있어. 이런 과대망상은 집어 치우는 것이 좋다. 자신의 지금 인생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과연 행복한 인생인가? 나중에 편하게 살겠다는 목표를 갖고 밤낮없이 일 하는 지금은 과연 즐거운 인생인가? 그렇게 살아가면 버틸 정신도 남지 않는다. 지금 행복하자. 지금 편하게 살자. 그것이 바로 행복한 인생,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행복한 인생의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