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는것을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 딱딱하고 재미없는 글을 쓰는 재주는 조금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재주는 전혀 없다. 소설을 써보고 싶어도, 수필을 써보고 싶어도, 써 보고 나서 나오는 녀석은 마치 논문을 보는 기분마저 들 정도이다. 그래도 주위 사람들은 '그게 더 쓸모있지.'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진짜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무거운 글과 가벼운 글을 균형있게 둘 다 잘 쓰는 경우가 많다.
나야 워낙 글 쓰는 재주가 없으니, 문장이라도 길게 늘려가며 있어보이는 척이나 하면서 글을 쓰는 요행정도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언제는 내가 쓴 글을 보고서도,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싶은거야? 라고 생각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글을 어렵게 쓴다고 억지로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글을 잘 못쓸 뿐이다.
내가 그렇게 쓰지 못해서 그런지, 내 글에 대한 지론은 '쉽게 쓴 글이 좋은 글' 이다. 정작 어렵게 줄줄줄 써 내려가면 무엇 하겠는가. 남들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면, 그게 제대로 된 글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어렵게 쓴 글은, 그 안에 내포된 정신이 어찌됐건 간에, 글 자체로써는 잘 못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자기 만족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고 설득시키거나 감동시키거나 하기 위한 수단이니까.
내가 공부하면서 많이 고생했던 것은, 자본론을 읽었을 때다. 뭐, 요즘 자본론을 좀 쉽게 정리 해 보려고 여러가지 정리를 하고 있기는 한데, 정말 보면 볼수록 엄청나게 어렵게 써놨다. 용어는 물론이거니와, 글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애초에 마르크스가 헤겔학파에 가깝기도 하고, 그 공산당선언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노동자를 상대로 연설하기 위한 글이라고 생각하면, 그 난이도는 두말할 것 없다. 공산당선언조차 대학생이나 되어야 이해가 될 법한 글인데, 그걸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읽으라고 쓸 정도면, 본론인 자본론은 대체 어느 정도이겠는가.
나도 문장을 글게 늘여쓰는 것을 좀 조심해야 할 터인데, 이게 참 습관이 되어서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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